이 절묘한 타이밍이란!
오늘 <TV, 책을 말하다>에서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진화론에 관한 두권의 책을 다루었다. 평소에 티비를 잘 보지 않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최근 몰입중인 진화론관련문제를 다룬다는 것을 보고 흥분이 되었다.
요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Selfish Gene>와 <만들어진 신 The God Delusion>을 보면서 혼란스러운 느낌을 계속 갖고 있었기에 더 반가운 프로그램이었다. 논객으로 출연한 진중권도 너무 반가웠고. (100분토론이 아니어서 편안하고 여유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조금씩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다. 갑작스럽고 우연히 시작하게 된 자연과학 공부인데다 첫 시작이 만만찮은 책이어서인지 모호하고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느낌에 갈피를 잡을 수 없었는데(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낯선 외국 도시에 어느날 갑자기 덩그러니 버려진 느낌이랄까..) 한가닥씩 실마리가 잡히는 이 유쾌함.

진화론은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논쟁중이다! 진화론자들 내부에서도 여러 의견들이 상충하고 있는데 큰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고 그 한 그룹이 '도킨스파'! 그리고 다른 한 그룹이 '굴드파'이다.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에서 언급한 그 굴드. 도킨스의 관점이 어떤 면에선 극도로 순수한 과학자의 모습인 듯 하면서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과학 근본주의자'로 보일 정도로 논쟁의 끝지점에 있는 것 같다고 느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도킨스는 굉장한(?) 진화론자이다.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남아 있는 한 종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 진중권교수의 마지막멘트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만들어진 신>의 리뷰를 도대체 어떻게 써야할까 며칠을 고민하면서 겨우 가닥을 잡은 나의 결론 또한 똑같은 것이었기에... <만들어진 신> 마지막 부분 '부르카'비유에서, 도킨스는 들뜬 어조로 '과학은 부르카의 눈구멍을 조금씩 넓혀준다'고 말한다.  나는 도킨스의 그 열정이 깊이 와닿는다. 아마도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통해 우주와 지구, 그것을 밝혀 낸 과학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경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부르카의 눈구멍을 통해 세상을 보는 한, 종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과학이 부르카의 눈구멍을 넓혀주고 앞으로 더 많이 넓혀준다 할지라도 우리가 부르카를 입고 있는 한 말이다...

<TV, 책을 말하다>에서 소개한 두 권의 책은 <신중한 다윈씨> (by 데이비드 쾀멘) 과 <다윈의 식탁> (by 장대익) 이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과 함께 모두 읽어봐야겠다.
분류 : 공부 2009. 1. 2.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