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현, 책세상


노야 시게키의 논리책(논술을 잘하려면 논리부터 확실히!)이 너무 낯설고 어려워 이번에는 정말 쉽게 이해할만한 책을 골랐다. 사실 이 책을 메인으로 샀던 건 아니고 김득순의 [이야기속의 논리학]을 사면서 좀 쉽고 재미있게 보충해 줄 책으로 괜찮겠다 싶어 약간은 충동구매로 산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유머를 활용해 논리를 설명한 책인데 컨셉은 좋았지만 나에겐 썩 와닿지 않았다. 먼저 유머가 너무 재미없는 유머인데다 - 이 이야기를 읽고 웃지 못하는 사람은 그 속에 비틀어진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서 더 재미없었다 - 유머속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죄다 효리, 비, 원빈, 예슬, 호동...-_-
아가들에게 논리를 재미있게 가르치려는 컨셉인 것이다... 하긴, 컨셉에는 충실한 것 같다. 그림도 아기자기하고 편집도 깔끔하고..
그래도 이 책을 읽다보니 노야 시게키의 책에서 이해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이해되기도 하고, 노야 시게키책 덕분에 이 책도 더 쉽게 읽히는 듯해서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하기로 했다). 청소년들에게는 오히려 이런 책이 훨씬 이해도 빠르고 꼭 필요한 개념들만 쏙쏙 뽑아놓고 있어서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있다.
저자 박우현님 소개부분의 글인데, 이 분이 처음에 칸트철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나중에 비트겐슈타인을 접하게 되고는 지금까지 비트겐슈타인이 최고의 현대철학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이라는 책에서 우연히 버트런트 러셀과 함께 언급된 것을 본 기억이 있어서 내 머릿속에 이름이 들어있는 유일한 현대철학자인데 짧은 저자소개부분에 그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궁금증이 생긴 것이다. 보통 저자소개부분에 '가장 좋아하는 학자' 이런 건 넣지 않으니까...
그래서 잠깐 비트겐슈타인의 책을 찾아보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이 20세기의 비트겐슈타인에 와서야 극복되었다는 문구를 보고 정말 대단하긴 대단한 사람인가보다 라는 생각과 함께, 논리학도 철학도 제대로 공부하려면 앞으로 정말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논리를 모르면 웃을 수도 없다]는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논리를 처음 접하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꾸준히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논리를 재미있게 가르치는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하고 계시다는 저자 박우현님께 경의를 표한다.

 

분류 : 북리뷰 2008. 12. 15. 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