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브리치 할아버지의 재미있는 미술이야기.
조금 진지한 자세로 미술사에 대해 공부해 보려는 모든 이들에게 단연 최고의 입문서!

원시시대부터 시작하는 대부분의 미술사책은 그 시공간이 갖는 생경함때문에 도입부가 지루한 경우가 많고 그래서 입문이 쉽지 않고 늘 어려움속에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곰브리치는 그 낯설고 신비로운 미술의 기원으로 현대인들을 아주 쉽게 끌어들인다. 바로 우리의 모습속에 살아 있는 인간 본연의 모습, 아주 먼 옛날의 인류와 공동으로 갖고 있는 그 보편적 특성으로 우리와 그들을 연결짓고 그들의 마음속으로 그들의 정신세계로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우리의 손을 잡고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미술가가 그림을 그리고 조각작품을 만들 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감정을 함께 느껴보고 감동을 함께 상상해보게 하는 따뜻하고 애정어린 마음, 그것이 진정 곰브리치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화가들의 흥분, 떨림, 긴장감, 열정을 함께 느껴보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가짐.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취향이 아니고 우리가 흥미를 느끼는 시대가 아닌 곳에서도 그들의 맥락을 이해하고 미술가가 되어 그들의 감정을 희미하게나마 느껴볼 수 있다. 애정어린 시선과 따뜻한 마음.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보는 여행의 즐거움. 그들의 즐거움과 흥분, 열정과 긴장감을 함께 느끼고 미소짓게 되는 것은 손자손녀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허허할아버지 곰브리치의 편견없이 따뜻한 마음 덕분이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The Story of Art>는 미술사 입문서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읽히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이다. 1950년에 초판이 발행된 이 책은 미술사의 고전이 되었고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곰브리치의 눈을 통해 미술과 미술가를 바라보게 되었다. 고대로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회화와 조각, 건축의 역사를 현학적인 태도나 어려운 전문용어 없이 재미있게 들려주는 곰브리치의 대가다운 글솜씨와 넓은 마음에 감탄하게 된다. 곰브리치의 책은 아직 <서양미술사> 한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이 한권만으로 그는 나의 스승님이 되었다.  정말 배울 게 많은 학자이다.

그러나 아무리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해도 고대, 그리스로마, 중세, 르네상스, 매너리즘, 바로크와 로코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근대미술, 현대미술로 이어지는 이 방대한 이야기에 완전히 집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설명하기 어려운 흥미와 복잡한 호기심과 끊임없는 감탄이 첫번째 독서의 결과였다면, 두번째 독서를 마칠때 즈음에야 비로소 미술사의 흐름과 그 많은 미술가들의 이름과 작품들이 조금 더 선명히 와닿는 느낌이다. 이제는 서양미술의 역사에 대해 조금 밑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다. 또한 미술을 통해서 미술가와 작품, 그리고 그들이 활동했던 시대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은 정말 가슴벅찬 일이다. 더불어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호기심도 조금 더 적극적인 열정으로 바뀌고 이유없이 이리저리 흩어져있던 편견은 조금씩 주워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릴 수 있게 되었다. 중세도 르네상스도 바로크도 고전주의도...그 모든 것이 다 너무 재미있다. 개별미술가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어 요즘은 알라딘과 아마존에서 아는 미술가 이름을 찾아보며 탄성을 지르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ㅎㅎㅎ 아마존을 들락거리는 것은 앞으로 영어공부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에 번역되거나 출판된 미술가에 대한 책이 워낙 빈약해서...ㅋㅋ 미술사에 대한 공부는 그야말로 일석5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은근슬쩍 큰 기대를 품는다. ㅎㅎ

미술사를 한번쯤 진지하게 공부해 보고자 하는 나와 같은 초보자들에게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강추하고 싶다. 두번, 세번 정독하면 훨씬 더 많은 세계가 보일 것이다. 또한 곰브리치의 책을 읽고서 조금 더 공부하고 싶다고 느낀다면, 잰슨의 <서양미술사>를 곰브리치의 책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두 책은 매우 독자적이면서도 서로 보완되는 부분이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강추강추!!!! ^^


서양미술사
E.H.곰브리치 지음, 백승길 외 옮김/예경
분류 : 북리뷰 2009. 4. 27. 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