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몰래 몇몇 책읽는 블로거들의 홈을 방문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 스토킹이라는 용어가 어울릴 법한데, 기분이 울적할 때나 감정이 고조되어 침착하지 못할 때 위안을 얻기도 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도움을 얻기도 한다.

나는 이 분들의 글쓰는 스타일이 무척 좋다. 앎의 깊이와 그 스펙트럼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인데 수십년간의 독서와 공부로 인한 지식을 한치도 드러내지 않고 독백하듯 풀어내는 그 소박한 진지함에 고개가 숙여질 정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고픈 욕망으로 지식을 부풀리고 하나를 알면서 열을 아는 듯 과장하고 허풍을 떨고 성급한 일반화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블로그들은 그런 사방에서 소리쳐대는 아우성으로 인해 피로해지고 지친 마음을 잔잔한 부드러움으로 살며서 보듬어준다. 어느새 나의 안식처가 되었다.

어제는 도리에게 물었다. 나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탐구하다보면 20년-30년쯤 후에는 이 분들처럼 나만의 향기를 가질 수 있을까. 도리의 긍정적인 대답으로 나의 미래의 모습을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그려보고 확인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겸손한 아름다움은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빛이 난다. 그러고보니 지난해 작고하신 <몽실언니>의 권정생선생님이 생각난다. 아직 <우리들의 하느님>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 분의 모습은 나의 노년의 한 모습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 새겨져 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배우면 배울수록 알면 알수록 더 고개숙이고 더 소박하고 더 맑아지는 사람. 아무것도 꾸미지 않아도 빛이 나는 사람.
분류 : 생각 2009. 1. 13.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