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쾀멘의 <신중한 다윈씨>를 읽고 있다. <TV, 책을 말하다>에 소개된 것을 우연히 보고 마침 공부하고 있던 주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책이어서 함께 소개된 <다윈의 식탁>과 함께 구입하게 되었다.

비글호 항해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온 다윈은 후세에 길이길이 영향을 미치게 된, 또한 끊임없는 논쟁에 휘말리게 되는 진화론에 대한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두 권의 공책에 생각을 정리하는데 지질학에 관한 공책인 공책A 와 진화론에 대한 공책B 이다. 공책B에 종의 분화를 표현한 계통도를 그려넣으면서 다윈은 스스로에게 경고한다. "하늘은 이 그림이 자연에 부합된다는 것을 안다. 주의할 것. 찰스여, 너무 성급하게 굴지 말라. 신중하기를."

그리스도교라는 배타적 일신교의 권위가 1500여년이나 지배해 온 유럽사회에서 종의 진화를 주장한다는 것은 명백한 이단이었을 것이다. 200여년이 지난 갈릴레이의 종교재판은 여전히 유효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영국의 사회상황은 심각한 경기침체와 민주주의개혁을 요구하는 인민헌장운동등으로 새로운 혁명이 임박한 듯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웠다.
다윈은 공책B로 출발한 그의 주장을 15년동안 발표하지 않고 그만의 비밀속에 숨겨두게 된다.

다윈시대와 그 이전 중세의 기독교중심 유럽사회를 머릿속에 그리다보니 문득 현재의 대한민국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횡포와 사람의 심리를 악용한 겁주기, 그로 인해 깊이 각인되는 상처와 침묵. 인터넷논객들이 사이버망명을 떠나고 자신의 글들을 삭제하고 블로그를 폐쇄하고 네티즌들이 무의식적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바야흐로 인터넷의 미네르바들은 도약을 위해 잠시 침묵하는 그들만의 공책B를 가져야할 시기가 온 것인가... 착잡해진다.
분류 : 생각 2009. 1. 12.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