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 Bryson's African Diary, Bill Bryson 빌 브라이슨, 김소정 옮김, 21세기북스



이 책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빌 브라이슨의 유럽산책>의 저자인 빌 브라이슨의 짧은 아프리카 여행기이다. 저자인 빌 브라이슨은 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명성을 가진 사람인데 정말 유명하긴 한가보다. 제목에 '빌 브라이슨의~'라는 이름이 붙은 책들이 꽤 있는 걸 보면.

요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고 있는데 이 작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에 알라딘에서 여러권의 책을 구입하면서 덜렁 <빌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를 함께 구매하게 되었는데, 이번엔 실패였다고 생각된다. 인터넷쇼핑의 전형적인 실패경험. 충동구매였다.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이 민간구호단체인 CARE의 팀과 함께 케냐의 이곳저곳을 일주일간 돌아다니며 일기형식으로 에피소드를 기록한 책인데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빌브라이슨의 유쾌한 입담을 풀기에도, 아프리카의 현재를 이끌어내고 문제의식을 던져주기에도 너무 짧고 피상적인 시간이었던 것 같다.

작은 사이즈에 한껏 유치한 멋을 부린 편집과 커다란 글씨체, 100페이지를 겨우 넘기는 책두께(일반적인 편집으로 하면 50페이지도 안될듯)는 '빌브라이슨'이라는 확실한 브랜드에 기댄 노림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커다란 글씨와 컨셉에 맞게 천천히 한자 한자 읽어가며 조금씩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싶었으나 그마저도 허락치 않는 맛보기수준의 글... CARE를 비롯한 각종 구호단체에 대한 소개가 마지막 부분에 이어지길래 출판수익의 일부를 구호단체에 기부한다는 이야기인가 기대하며 '그렇다면 좋은 일 한 셈 치지,머' 생각했으나 끝까지 그런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한마디로 내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빌 브라이슨의 다른 여행기도 그리 깊이가 있거나 아주 진지하거나 한 건 아니다. 그러나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있기에 아프리카 여행기도 그런 면으로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이건 좀 기대 한참 이하이다. '빌 브라이슨'이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는 멋진 작가임에는 틀림없으나 이런 졸속의 '브랜드 기획작'에는 낚였다는 느낌뿐이다.
단순한 '브랜드 기획작'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실상과 구호단체의 활동을 널리 알리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려는 좀 더 이중적인 '브랜드 기획작'이었다면 적어도 출판수익의 일부를 기부한다는 식의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먼저 보여주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비록 그런 의도된 기획이 깔려있기에는 빌 브라이슨이라는 캐릭터가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가볍게 읽어보고 싶으신 분은 구입하지 마시고 저한테 말씀하세요, 제 책 드립니다. 
분류 : 북리뷰 2009. 1. 8. 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