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정리

올해는 정적인 내 생활에 꽤나 변화가 있었던 한 해. 
그 핑계로 (바쁘다고 말하면 찔린다) 책도 안 읽고 독후감도 안쓰고 기껏 쓴다는게 컴퓨터 산 거 자랑질 정도? 
지금도 올해정리한다면서 사실은 스마트폰 산 거에 몸이 근질거려 블로그에 몇달만에 글을 올리고 있는 거다. 흐흐...
5년넘게 잘 쓰던 모토로라 스타텍이 점점 맛이 가고 있긴 했지만, 급할 때는 충전기 연결한 채로 통화하면 되니까 괜찮았다.
접촉불량이 점점 심해지는 것도 견딜만했고 카메라 없는 건 알고 샀으니 괜찮았다.
집에만 있는 은둔생활자다 보니 험하게 다룰 일 없어 5년이 지나도 완전 새것처럼 짱짱한 내 스타텍. 
열고 닫을 때마다 짤깍짤깍거리는 그 특유의 기계음은 올드 스타텍부터 10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았다.
배터리가 맛이 가기 시작해 배터리구매를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몇주전부터 화면이 하얘지면서 사라지는 현상이 생기더니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나중에 꼭 폰을 바꿔야 한다면 블랙베리로 바꿔야지 했는데
정말 블랙베리로 어제 신청했다. ㅎㅎㅎ
우리나라에 판매되는지조차도 몰랐는데, 찾아보니 있었다! 
점점 컴퓨터화하는 스마트폰은 나에게는 별 필요도 없는 물건이고, 따로 '공부'까지 해야하니 정말 성가신 존재이긴 하지만, 블랙베리니까...ㅋㅋㅋ 
사용법을 따로 배워야하고, 고장나면 전문가의 도움을 무조건 받아야하는 복잡한 디지털 기계들이 싫지만
스타텍도 고장났고 맘에 쏙 드는 블랙베리가 있으니까 괜찮다. 헤헤~
블랙베리를 사서 신난다. 근데 옆에 다소곳이 누워있는 저 단아한 스타텍을 보니..너무 아깝다. 정말 새건데...
하나사면 10년 20년 쓰면서 손때 묻어 정드는 아날로그 기계들이 그립다. 

이제 2010년 정리. 흠흠..
올해는 곰도리의 이직문제로 상반기를 홀딱 보냈고, 결국 울산으로 내려왔고, 7월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8월까지 인테리어 한답시고 일상은 내팽개치고 있다가, 9월부터 일하느라 바빠 10월까지 정신없이 보내고
이제서야 조금씩 여유를 찾고 있는 중. 
아직 내게 딱 맞는 생활의 패턴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 읽은 책은 10권도 채 안되는 것 같다. 홋타 요시에의 고야 시리즈를 3월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 3권을 
읽다 말다 하는 중이고, 이상하게 그때부터 스페인이라는 나라와 엮이는 느낌.
고야가 스페인사람이었고, 그 후에 읽다 만 <산티아고로 가는 길>도 스페인 이야기, 요즘 읽고 있는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라는 에세이집에도 스페인 이야기가 줄곧 나온다. 스페인에 가 본적도, 특별히 인연도 없지만
왠지 스페인이 정겹게 느껴진다. 
요즘은 조지 오웰에 빠져 있다. 이 사람의 문체가 좋고, <나는 왜 쓰는가>의 앞부분에 실린 [스파이크], [교수형], 
[코끼리를 쏘다]는 특히 좋았다. 오웰의 다른 책 5권정도를 사놓고 탐독하는 중. 앞으로 몇개월은 오웰에 빠져 있을 것 같다. 

이번달부터 집 바로 옆,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는 한마음문화센터에서 중국어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일본어를 하려고 했는데 일본어는 중급밖에 없어서 초급자인 나는 중국어기초를 선택.
그런데 막상 수업에 들어가보니 기초가 아니라 1년이상 된 반이었다. (그냥 일본어 들을 걸 하는 후회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부 아줌마 멤버들, 친목도모회같은 한껏 늘어진 분위기라
완전 초짜라도 적응이 쉽다. (수업후의 30분간 수다시간은 정말 난감하지만.. 재미있기도 하다)
밤에 중국어공부한답시고 워~찡~~니~ 하고 있으니 곰도리가 옆에서 
'니 중국어 하지 마라, 너무 없어보여!!!' 핀잔을 준다,
그럼 그 반응이 재미있어서 더 소리내어 연습하니
앞으로 중국어 잘하게 될 것 같다. ㅎㅎㅎㅎ


분류 : 나니도리 2010. 12. 11.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