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변화하고 언뜻 무질서해 보이는 세계에서 어떤 법칙을 찾아내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까. 표면적인 변화와 무질서의 아래에는 질서정연한 법칙이 있음을 발견했을 때 환호하고 안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까. 그것은 인간이 위험한 세상을 살아나가는,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유전자에 각인된 생존본능일까. 자유로운 두 손, 도구의 사용, 뇌의 크기와 관련되는, 동물로서의 인간이 터득한 생존방식일까.

인간이 헤쳐나가야 했던 그 위험한 세계는 외부의 위협이 무수히 존재하는 세계였을 것이다. 맹수의 공격, 굶주림, 자연재해. 그 아래에는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고, 죽음에 대해 인식하고 기억하고 공포를 느끼는 인간의 인식능력은 죽음의 공포와 완전한 무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는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찾은 방법에는 철학을 비롯한 학문과 종교, 다양한 처세술이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인간 특유의 학문적 성과는 법칙을 찾아내어 체계화하고 구조화하고자 하는, 세상을 파악하고 대처하려는 인간의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그것은 본능이자 이성이자 의지이다.

사소한 일상사에서도 우리는 즐겨 규칙을 찾아낸다. 그리고 남들이 쉽게 찾지 못하는 규칙성을 찾아내는 사람들을 우리는 통찰력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 규칙에는 과학적인(인정되고 합의된) 증명을 통해 타당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있고, 이른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수준에 머물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들도 있다. 규칙에 목매면 '지나친 일반화'가 되고, 규칙을 무가치하게만 생각한다면 '기준'이라는 것이 사라지는 혼돈의 세상이 될 것이다.

이렇게 규칙을 찾아 세상에 대처하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을 진리를 찾는 고대 철학자의 모습에서 가감없이 발견하게 된다. 변화아래 변하지 않는 세상의 원질을 물질적인 것에서 찾았던 이오니아 철학자들, 이데아라는 완전하고 불변하는 형상을 추구했던 플라톤, 변화로 가득한 현실의 문제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정신으로 접근한 아리스토텔레스. 각기 다른 방식과 관점이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를 추구했던 인간의 마음을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본다. 종교, 철학, 과학 이 모두가 방식을 달리한 진리찾기가 아닌가. 진리를 찾고자 하는 마음은 진정 인간의 생존본능이 아닐까, 거듭 생각하게 된다.
분류 : 생각 2009. 9. 11.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