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modern 모던한'이란 무슨 뜻일까? 서양미술사에서 19세기 중반무렵부터 등장하고 20세기 초의 폭발적인 현대미술운동에서 근본 축을 제시하는 그 'modernism 모더니즘'이란 무엇일까? 모더니즘의 선구자라 불리는 마네나 세잔, 고갱, 고흐 같은 인물들은 왜 '모던한'가? modern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내가 취향을 말할 때 늘 사용하는 '모던한'이란 말의 의미는 미술사에서 말하는 그 특정한 '모던'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모던 아트와 모더니즘은 같은 의미인가?

현대미술로 넘어와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보니 'modern/modernism'이란 말이 풀리지 않는 응어리처럼 늘 머릿속을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 대략 '지금 봐도 멋진' 이라는 매우 주관적인 내멋대로 정의를 내려놓고 현대미술을 탐험하고 있었는데, 입체주의와 추상미술이 모더니즘과 더 긴밀히 연관된다는 설명을 접하면서 모던 아트와 모더니즘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추상미술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디자인작업과도 늘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는 분야라 더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모더니즘에 대한 관심으로 처음 구입한 책이 열화당에서 나온 현대미술운동총서 중 <모더니즘>이다.  약 두달여전에 구입한 책인데 70여페이지의 매우 얇은 책으로 고백하자면 북리뷰 및 읽은 책 목록을 얼른 좀 늘려보고자 하는 주도면밀한 계획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ㅎㅎㅎ 그러나 어설픈 계획으로 들떠 있던 것도 잠시,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가장 이해가 안가고 힘든,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가는 이 책의 정체는 무엇이냐?! 70여페이지의 문장 하나 하나를 난해한 것들로만 채운 듯, 의도적으로 나를 골탕먹이려는 것 같은 이 책의 정체는???!!! 5개월여에 걸친 공부로 조금 익숙해졌다 생각했던 미술과 미술사, 미술비평의 용어들이 사실은 그 고유언어의 1%도 채 안되는 수준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십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어렵게 느낀 데에는 미술'비평'의 성격을 가진 책의 내용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첫 독서에 비해 두번째 독서에서는 조금 더 많은 것을 이해하기는 했다. 그러나 '모더니즘'에 대한 이해는 더 멀어진 것만 같았고 미술비평, 좀 더 넓게는 문화비평, 더 넓게는 사회비판으로 향하는 입구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기본적으로는 '모더니즘'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팸 미첨/줄리 셸던 공저의 <현대미술의 이해>를 읽게 되었는데 이 책으로 공부의 방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동안 공부했던 미술사가 다루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부분, 즉 작품이 놓인 사회정치적,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좀 더 적극적으로 다루고 미술사에 대한 현대 학자들의 다양한 시각을 비판적으로 소개하는 <현대미술의 이해>는 열정을 되살려주는 불씨가 되었다.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지만 사회적인 맥락을 가질 때 또 다른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미술 그 자체(? : 이 용어들에 대해서는 천천히 탐구하고 정리해나갈 것이다)를 보며 한편 고립되었던 공부가 생기를 되찾고 있다. <현대미술의 이해>를 읽고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구입한 조나단 해리스의 <신미술사? 비판적 미술사!>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전 독서들보다 훨씬 더 어렵지만 가슴뛰는 흥분만은 감출 수가 없다.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 학제적 문화비평을 미술을 통해 접근하는 이 방법, 너무 괜찮다! 수많은 새로운 학자의 이름과 어려운 말을 접하고 있지만 너무 재미있다. 곧 광범위한 인문사회과학으로 다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첫 문단에서 했던 질문에 대한 대답과 모더니즘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하나씩 정리해 나갈 것이다.
분류 : 공부 2009. 6. 11.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