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저자가 지은 한국어로 된 서양 현대미술사 책. 번역된 책이 아닌 한국사람이 자연스런 한국어로 쓴 책이라 얼마나 푸근한지. 그동안 번역때문에 이중으로 어려웠던 미술사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풀리고 좀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김영나의 <서양현대미술의 기원>은 인상주의 직후의 시기부터 1차 세계대전 발발 즈음까지, 20세기 현대미술의 성격을 결정짓게 된 중요한 미술 활동들이 일어났던 19세기말 ~ 20세기 초의 미술사를 개괄하고 있다. 이 책은 교과서를 목적으로 집필된 책이라 느껴질 정도로 정돈되어 있다. 각 장의 앞부분은 당대의 사회, 경제, 문화적 상황을 비롯한 미술을 둘러싼 여러 시대상황을 폭넓게 설명해 주고 있어 도움이 된다. 전체적으로 교과서적인 무난한 느낌이다.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객관적인 설명은 어찌 보면 밍밍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특정 시기를 아우르는 서양미술사 관련 저작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의 현실을 통감한 저자의 마음깊은 배려인 듯 생각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서양미술사에 대해 관람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여건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아도 생길 수밖에 없는 거리감인 것 같기도 하다. 서양미술사를 진지하게 공부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처한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얻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으리라 여겨지는 책이다. 생생한 현장감 같은 것은 또 다른 독서를 통해 두루두루 찾아야 할 독자의 몫.

이 책을 읽고 :
  1. 고흐/드가에 대한 새로운 관심
  2. 에밀 놀데에 대한 호기심
  3. 큐비즘에 조금 더 접근하다.
  4. 니체, 베르그송에 대한 관심
  5. 번역책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용어들 중 일부가 다소 정리됨.
  6. 퐁타방(Pont-Aven)을 퐁타벤이라 읽어야 한다는 사실.(이 지역 사람들이 프랑스어의 일반적 발음법칙이 적용된 '퐁타방'이 아니라 '퐁타벤'이라고 읽는다는 사실을 각주까지 달아놓은 저자 ^^. 귀여우시다.ㅎㅎ )
  7. 애초 '모더니즘'에 대한 이해를 위해 구입한 책이었으나 그 목적과는 방향이 다른 개론서 성격의 책이었음.

서양 현대미술의 기원
김영나 지음/시공사
분류 : 북리뷰 2009. 6. 4.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