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는 가볍고 밝다. 그의 그림을 보면 그의 성격과 스타일이 느껴지는 것 같다.
미술사와 미술가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마네의 그림으로는 유일하게 '풀밭 위의 점심'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그 그림이 막연하게 좀 싫었던 기억이 난다. 마네를 알고 난 후에도 그 그림이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이후 미술사와 후배 미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그의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판의 질에 따라 그림이 얼마나 달라 보이는지. Taschen의 베이식아트 시리즈로 본 마네의 그림은 내가 막연히 느끼고 있던 것보다 훨씬 밝고 채도가 높다. 이 책의 도판이 퀄리티가 훌륭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원작과는 또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이래서 사람들이 원화를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나도 원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은 더 자주 하고 있다.



책 속의 그림들. Taschen의 베이식아트 시리즈는 도판의 질도 좋고 책이 두껍지 않으면서도 알차서 좋지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도판이 너무 부족하다. ㅠㅠ 책의 두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지만.. 90여 페이지의 얇은 책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지. 아무튼 70여점의 도판은 밥 먹기 전에 과일 한 점 집어먹은 것 같다. 텍스트는 다 필요없다. 그림으로만 500페이지 정도 안 되겠니.



마네의 누드화는 관능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그것은 그의 그림이 '누드'가 아니라 '발가벗은' 여인들의 그림이기 때문인 것 같다. 베이식아트 시리즈의 텍스트는 다소 전문적이면서 저자의 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데 <에두아르 마네>를 집필한 질 네레는 가끔 날카로운 개인적 비판의식을 드러내고 있어 흥미롭다.



마네의 그림 중에 처음부터 좋았던 <스테판 말라르메의 초상>.



이 책의 표지그림을 장식하고 있는 베르트 모리소가 있는 이 그림은 비평가들과 대중에게 혹독한 욕설을 들었다고 하는데, 마네의 그림들이 역사적 의미가 굉장하다 해도, 역시 내게도 매력없이 보이는 건 추상회화를 비롯한 현대미술에 익숙해져버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맥락때문이리라.

자세한 책정보 보기 :
에두아르 마네
질 네레 지음, 엄미정 옮김/마로니에북스

분류 : 북리뷰 2009. 3. 31.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