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A PECHERCHE DU TEMPS PERDU, Marcel Proust 마르셀 프루스트, 김창석 옮김, 국일미디어



이 책으로 인하여 19세기후반 20세기초반의 프랑스를 여행하고 있다. 찰스 다윈을 읽으며 19세기 초중반과 빅토리아시대 영국에 대해 막연하게 다가서고 있었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그 범위를 유럽으로까지 확장해 주었다. 프루스트의 시대는 사회정치적으로 격동기였고, 파리가 세계적으로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이름을 떨치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마네와 모네, 들라크루아, 드가, 르누아르, 세잔, 에밀 졸라, 보들레르 등의 수많은 예술가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활동하던 시대. 배타적인 귀족사회와 신흥 부르주아계급, 곤궁한 하층민의 삶이 교차하던 시대. 자유분방하고 진보적인 자유주의의 공기와 고전주의 전통의 질서가 충돌하면서 서로 끌어안기도 하고 배타하기도 하던 시대.

그런 시대의 컨텍스트를 배경으로 가진 이 책을 아마 평생 언젠가 한번쯤은 읽어야 했을 것이다. 몇년전이었다면 한장쯤 읽고 던져버렸을 따분한 프랑스 시골이야기(제1권인 '스완네 집 쪽으로1'의 배경이 '콩브레'라는 프랑스의 시골이다)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내가 위치한 내 컨텍스트의 변화, 그로 인한 나 자신의 변화와 변화를 향한 갈망때문이기도 하다. 진중해진 독서습관도 이 책을 쉽게 놓지 못하게 했다.

전 11권의 대작 중 겨우 한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이 작품은 줄거리나 소재가 중요한 소설은 전혀 아닌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프루스트의 심미적이고 섬세하고 풍부한 표현과 묘사는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빠져들게 되는 마력이 있어 그만의 독특한 통찰과 직관을 자꾸만 기대하게 만든다. 예술적이고도 과학적인 정신, 수많은 심상과 회화로 가득찬 그의 풍부하고 명확한 어휘, 문장, 문체는 프루스트라는 이름을 내 머릿속에 단단히 각인시키고 말았다. 충분한 마음의 여백을 가지고 이 여유로우면서 동시에 농밀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다면 '내 인생의 소설'같은 제목의 목록에 1,2번을 다투는 순서로 이 작품을 올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2권을 지금 당장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올해는 끊임없이 이 소설을  생각하고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How Proust Can Change Your Life)>와 에릭 카펠리스의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만화로 다시 태어난 스테판 외에의 <만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등 프루스트와 관련된 많은 작품들이 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한 말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MARCEL PROUST
A LA PECHERCHE DU TEMPS PERDU
스완네 집 쪽으로1
김창석 옮김, 국일미디어
분류 : 북리뷰 2009. 1. 20.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