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토론

어제밤 마지막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를 했다.
선거전 마지막 티비 토론회인데, 경기지사 토론회에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상정이언니와 시민이오빠의 서로에 대한 토론은 아주 훈훈하다. 저 두사람을 함께 지지하는 나로서는 둘을 보고 있으면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토론 마지막에 시민이 상정에게 '야권연대' 에 대한 에두른 질문을 했다. 현상황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여론조사에서 김문수후보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고 있어, 상정과의 단일화만이 막판 뒤집기의 최대 변수인 까닭이다. 그는 '진보'의 개념을 너무 좁게만 울타리치고 있지는 않은지 조심스레 질문하며, 단일화에 대한 상정의 의미있는 답변을 기대했다. 상정은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다른 각도의 답변을 했고, 토론은 아쉬움과 여운을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내심 상정이 시민과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나도 그동안 죽 기대해 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바람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넓은 진보의 스펙트럼속에서 생각도 사상도 풍요로워야 할 마당에, 반MB를 이유로 소수정당에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안보를 명분삼아 대동단결을 외치는 저 한 무리의 행동과 썩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그 한 이유. 현재의 야권연대가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옛 구도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절망감이 또 한 이유. 코앞의 절박함때문에 장기적인 비전(다양한 목소리와 건강한 갈등의 사회, 냉전적 진보 내지 민주를 넘어선 좀더 인간다운 삶을 위한 풀뿌리 민주/진보)을 또다시 미루어야 하는것에 대한 우울함이 또 한 이유. 차라리 국민참여당이 진보신당과 통합한다면 오히려 장기적인 변화를 이루어내는 데 더 큰 버팀목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아쉬운 마음이 또 한 이유. 상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기대와 이런 인물들에 대한 진지한 판단과 안목이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포기해야 한다는 상실감이 또 한 이유......

'선거막판인 5월 말경에 심상정이 후보단일화를 발표할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마음속 깊이 해 왔다. 드라마틱한 반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반영된 믿음이었다. 북풍과 노풍이 모두 한풀 꺾인 시점에 터뜨리는 명실상부한 '범야권 단일화'는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그동안 숙고하고 연구해 온 진보정당의 농익은 정책을 토론을 통해 충분히 알리고, 그러한 정책들이 유시민 등의 정책과 같은 방향에 있다는 것, 또 정책공조를 통해 진보세력의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효과가 클 것임을 사람들이 느끼게 함으로써 단일화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아슬아슬한 막판단일화를 진작부터 계산에 넣고 있었다면, 심상정은 그야말로 대단한 전략가가 아닌가. 곰도리가 그 확신(?)의 근거를 묻길래, 그냥 '육감'이라고 했다. 여자들은 원래 육감이 강하거든? 하면서 -.-; 어제의 토론을 보니, 마지막까지 가능성의 끈을 놓을 수는 없으나 확신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지향점은 애초부터 다른 것일까.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은 묶을 수 있어도 [국민참여당-진보신당]은 묶을 수 없는 조합인 걸까. 정치와 한국현대사에 대해 무지한 나로선, 참 답답하게도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상정의 행보에 대해 나는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지지할 것이다. 단일화를 해도, 완주를 해도. 둘다 분명한 의미가 있기에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다. 다만, 이명박정부 2년반에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이 너무나 팍팍하다는 것은... 그냥 웃으며 넘길 수가 없다.

노회찬후보와 달리, 끝까지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는 상정의 모습은, 마지막까지 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든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암튼! 단일화문제를 떠나 예나 지금이나 선거에서의 관건은, 젊은 사람들이 정치는 곧 생활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 본 날카로운 기사 :
"이 대통령 전쟁불사론, 계산된 6·2선거용 퍼포먼스"
[인터뷰]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전 총재 "MB는 냉전적 실용주의자"
출처 : "이 대통령 전쟁불사론, 계산된 6·2선거용 퍼포먼스" - 오마이뉴스
분류 : 공부 2010. 5. 28. 1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