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이런저런 이유로 공부에도 집중을 못하고 일에도 집중을 못한다. 그래도 공부를 시작한 지 일년반정도가 지나면서 느끼는 건 독서하는 습관이 길러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책을 '보았다'. 주로 책과 관련된 여러가지 시각적인 모습 - 표지디자인, 편집디자인, 타이포그래피, 일러스트, 시각적인 완성도 등 - 을 감상하는 것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의 취미생활이기도 했고, 그런 무의식적인 감상법때문에 정작 글자를 읽고 의미를 해독하는 '독서'는 제대로 한 기억이 별로 없다. 나의 언어력이 다소 떨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요즘은 개인적인 많은 일들로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지긴 했지만 책을 손에서 놓는 일이 별로 없다. 실제로 텍스트에 집중하고 (물론 원래의 습관은 절대 버리지 못한다. 버리고 싶지도 않고 버릴 필요도 없지만)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읽고 생각한다. 요즘같은 때에는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을 법한 <중세철학> 같은 것을 읽으며 읽는 순간이나마 집중하고 있는 나를 보며, 참 신기하다 생각하기도 한다. 독서의 습관이 몸에 배었구나 느끼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독서는 우울증 치료제이고 삶의 낙이다.

얼마전에는 앤서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중 2권인 <중세철학>이 번역되어 나왔는데 그 책을 오래 기다렸던 터라 알라딘에서 문자가 오자마자 바로 책을 샀다. 사실 이 책 1권 <고대철학>을 보며 철학책으로 영어공부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 케니의 철학사 네권을 미리 영어원본으로 구입해 둔 상황이었다. 원본은 제쳐두고 있긴 하지만 다시 철학책을 읽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고, <중세철학>에 대해 점점 사고가 유연해지고 넓어지는 걸 체감하는 것도 참 흥분되는 일이다. 공부도 돌고 돌고, 인생도 돌고 돌고...
분류 : 공부 2010. 4. 17. 12:44
제목 : 요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