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동안 3년을 생활의 질을 포기하고 하루하루 버티는 심정으로 살았는데, 고관절때문에 몸의 다른 곳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걸 보니 더이상 망가지기전에 수술하는 게 최선일 수 있겠다 싶은 것이다. 60쯤까지 버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작 1,2년 차이일텐데. 발목에 문제가 생기니 이젠 아예 서있는거 자체가 힘들어진다. 좀더 좀더 하고 미련곰탱이처럼 참다가 고관절에 무릎, 발목, 손목, 팔꿈치, 어깨관절까지 다 수술해야 할지도. 그런 수술을 그정도로 견딘다면 불사조인 거지... 겨울이 한번 지날때마다 이렇게 아슬아슬하니, 정말 따뜻한 곳에 살고 싶은 소망이 간절하다. 그동안 그렇게도 발이 신호를 보냈는데, 그걸 무지하게 눈치채지도 못하고, 고관절이 안좋아서 생긴 경각심덕분에 오히려 건강전반에 세심하게 신경쓰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발등이 아프고 당기는 증상이 생기는 걸 허리가 안좋아서 그런거라고 밤에 그냥 허리운동 한번 더 해주었을 뿐... 3년동안 잠자는 시간, 밥먹는 시간을 빼고 거의 하루종일을 서있었으니 발목이 아작나는 것도 무리가 아닌데. 고관절이 가져야 할 부담을 발목과 무릎이 온전히 떠안고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무릎도 영 안좋은 것 같다.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닌데, 그래도 1-2년은 버텨야 하는데, 심란하다.

3년만에 일을 하나 시작하면서 지난 3주동안 좀 무리한 거 같기도 하다. 발이 항상 아팠지만 구체적인 발목과 발등의 증상이 시작된 지는 몇달 정도 되었을 뿐인데, 한동안 컴퓨터앞에 서서 일에 몰두하다보니 다리에 힘을 주고 서있어야 하는걸 나도 모르게 깜빡깜빡한 것 같다. 일때문에 무리갈까봐 오히려 산책도 더 열심히 하고 미세근력운동도 더 신경써서 했는데 믿었던 곳에서 뒤통수를 치는구나. 그래도 발목의 신호를 그리 무시하다니, 나는 왜 이렇게 미련한 거니.

암으로 투병하는 선배가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혹시라도 곰돌이에게 그 선배의 소식을 듣게 된다면 이제 그 소식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삶이 참으로 허망하다. 나도 고관절이 탈나지 않았다면 더 큰 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위안을 삼는데... 늦기 전에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하나하나 스스로 마음쓰게 만들어준 고관절염이 고맙다고... 발목이 아프다. 곧 나우병원으로 납셔야겠다.
분류 : 나니도리 2010. 2. 22. 13:54
제목 :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