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렵거나 지루해서가 아니라 간결하고 소탈한 문장 하나하나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사색, 잡념, 공상들이 행간을 가득 메우게 되는 것, 그런 뿌듯한 읽기를 몽테뉴와 홋타 요시에와 함께 해 보게 되었다. 치밀한 구조나 계획이 없이 물 흐르는 듯한 구성과 문체인데, 읽을수록 감탄하게 되는 이 풍부함이란... 대가의 글쓰기를 깊이 느껴보게 된 독서이기도 해서 더욱 좋았다.

이 책은 르네상스시대의 사상가인 미셸 드 몽테뉴에 대한 인물평전이다. 위인전이나 자서전과 같은 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텐데, 한 개인을 위대한 인물화하는 '위인전'의 느낌이 전혀 아니어서 그런 종류의 글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도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이 책은 몽테뉴라는 한 인물을 중심에 놓은 역사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몽테뉴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상, 정치, 경제, 종교, 그리고 풍속까지 그 시대의 면면을 보여주며 주인공 미셸의 모습과 생애를 드러낸다. 멋진 한 개인이면서 시대의 아들이기도 했던 몽테뉴가 홋타 요시에의 날카로우면서도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려진다. 나는 이 책을 테마가 있는 역사서이자 저자인 홋타선생의 에세이라고 말하고 싶다.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원제:미셸 성관의 사람)>는 몽테뉴 못지않게 홋타 요시에라는 사람도 좋아하게 만들어 주었다. 

<몽테뉴2>와 마찬가지로 <몽테뉴1>도 당시의 사회상이나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몽테뉴 개인에 대한 이야기보다 더 많다. 주인공에 대한 개인적 이야기 정도만 기대한다면 이 책은 어떤 면으로는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홋타 요시에의 이런 서술방식이 참 좋다. 인문주의와 종교개혁의 물결, 시민계급의 성장, 정치와 경제의 큰 흐름부터 당시 학교의 교육법, 합법적이었던 매관매직의 관습, 그리고 흥미와 웃음을 자아내는 파리 길거리의 모습, 당시 '선진국'이었던 이탈리아의 패션이나 방식을 으스대며 모방하는 귀족들의 모습이나 테니스의 전신인 죄드폼(jeu de paume)열풍, 똥오줌이야기가 대화의 소재로 늘상 등장했다는 이야기까지, 홋타선생의 문장을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당시 프랑스의 모습이 커다란 역사화처럼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족을 하나 붙이자면, 당시의 문란했던 성풍속과 미셸의 방탕한 여자관계, 연애,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남자라는 동물은 나이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로지 여자의 미모에만 관심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조건반사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나레이션(?)이 있으니. 케이블 티비 tvN의 남녀탐구생활 <롤러코스터>에서 여자의 이상형과 남자의 이상형을 방송했던 것이 떠오르는 것이다. 연령대별 여자의 이상형은 10대는 연예인, 20대는 차 있는 대학선배, 기타등등이다. 압권은 남자의 이상형.

"다음은 남자의 연령대별 이상형이에요. 10대 남자예요. 예쁜 여자예요. 20대 남자예요. 예쁜 여자예요. 30대 남자예요. 예쁜 여자예요. 40대 남자예요. 예쁜 여자예요. 50대 남자예요. 예쁜 여자예요. 60대 남자예요. 예쁜 여자예요." 박장대소했던 기억과 함께 몽테뉴도 똑같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분류 : 북리뷰 2009. 10. 12. 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