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으로 구성된 홋타 요시에의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를 1권을 구할 수가 없어서(절판인 듯) 2권을 무작정 들고 보았다. 고대철학을 파고들다보니 슬슬 지치기도 하고 회의도 밀려오는데다 몸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게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꼼꼼히 파고드는 식의 공부는 다른 사람이 일을 통해 얻듯 성취감을 주고 여러가지 면에서 삶의 의욕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참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역시 마음이 우울해지면 그런것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홋타 요시에의 몽테뉴 이야기는 오랜만의 휴식처럼 기분 좋은 독서가 되었다.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 2>는 소설처럼 재미있는 책이었다. 16세기 르네상스시기의 프랑스 철학자인 몽테뉴는 흔히 중세적 사고방식이 아직 보편적이던 시대에 자유로운 정신으로 건강하게 회의한 회의주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저작인 <Les Essais>(에세)는 우리가 지금 에세이라고 부르는 문학형식인 '수필'의 시초가 된 작품으로 보통 <수상록>이라 부른다. 몽테뉴의 <수상록>은 450여년이 지난 현대에도 아주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고 해서 나도 덥석 수상록 완역본을 하나 주문했는데 수필이라고 쉽게 보기에는 시대적으로 공간적으로 차이가 너무 크고 배경지식이 없다보니 쉽게 읽히지가 않아서 100분의 1도 못읽고 책을 덮었는데, 홋타 요시에의 책을 보고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홋타 요시에는 몽테뉴를 인간적으로도 탐구하고, 몽테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수상록(에세)>을 더 잘 감상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대적 사회적 상황 또한 참 쉽고 재미있게 그려냈다. 몽테뉴의 신변이야기, 몽테뉴와 <에세>에 대한 탐구, 철학이야기, 몽테뉴가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에다 가끔 홋타 요시에 자신의 감상같은 것들이 곁들여져 생각할 것, 배울 것, 빠져들 것도 많은 멋진 작품이 되었다.

몽테뉴의 <수상록>을 그 행간의 의미나 배경까지 살펴보며 읽을 수 있게 된 것이 좋고, 몽테뉴라는 지난 시대의 한 개인의 면면을 모순적인 모습과 (그러기에 더) 솔직한 한 인간의 모습을, 또 그것을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 즐겁다. 또 한가지, 종교전쟁 시대의 프랑스왕실의 모습을 읽으며, 인간의 가장 추악한 면들은 역시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보여진다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된다. 르네상스시대 유럽에서도 오늘날의 한국에서도.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 2
홋타 요시에 지음, 김석희 옮김/한길사
분류 : 북리뷰 2009. 9. 26. 21:56